거래소 화면을 열면 종목이 끝없이 이어집니다. 스크롤을 아무리 내려도 이름이 남아 있습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이런 생각이 듭니다. 이 많은 종목이 정말 다 거래되고 있는 걸까.
세어 봤습니다.
먼저 결론부터 적습니다. 업비트 원화마켓 287개 종목의 24시간 거래대금을 한 순간에 받아 전부 더했더니 약 1조 8,309억원이었고, 그중 51.82%가 상위 5종목에서 나왔습니다. 상위 10종목까지 넓히면 68.55%입니다.
그리고 반대쪽 끝이 있습니다. 178개 종목은 24시간 거래대금이 10억원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전체의 62.0%입니다. 그중 16개는 1억원에도 닿지 못했습니다.
이 글이 재는 자리를 먼저 못박아 둡니다. 업비트 공개 시세 조회 창구가 돌려주는 24시간 누적 거래대금 값만 봅니다. 주문을 낸 적이 없고, 호가창의 깊이를 잰 것도 아니며, 어떤 종목이 좋다거나 나쁘다는 판단도 하지 않습니다. 특정 거래소나 종목의 이용 권유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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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창구를 어떻게 받았는지 먼저 밝힙니다
| 항목 | 값 |
|---|---|
| 창구 | 업비트 공개 마켓 목록 조회와 공개 시세 조회 |
| 인증 | 없음. API 키를 쓰지 않는 공개 경로 |
| 대상 | 원화마켓 전 종목 287개 |
| 받은 값 | 종목별 24시간 누적 거래대금, 24시간 변동률 |
| 요청 방식 | 100종목씩 3회로 나눠 요청 |
| 조회 일시 | 2026년 8월 28일 (한국 시각) |
한 가지 미리 적어 둡니다. 100종목씩 세 번에 나눠 받았으므로 엄밀히는 완전히 같은 순간이 아닙니다. 다만 요청 사이 간격이 1초 미만이고, 24시간 누적값이라 그 사이의 변화가 순위를 뒤집을 크기는 아닙니다.
상위 다섯 종목이 절반입니다
누적 비중을 단계별로 세었습니다.
| 상위 | 누적 비중 | 누적 금액 |
|---|---|---|
| 1종목 | 17.10% | 3,130억원 |
| 3종목 | 36.05% | 6,601억원 |
| 5종목 | 51.82% | 9,488억원 |
| 10종목 | 68.55% | 1조 2,550억원 |
| 20종목 | 78.32% | 1조 4,340억원 |
| 30종목 | 83.42% | 1조 5,273억원 |
| 50종목 | 89.29% | 1조 6,348억원 |
| 100종목 | 95.65% | 1조 7,511억원 |
다섯 종목에서 절반이 나옵니다. 그리고 100종목까지 세면 95.65%입니다. 나머지 187개 종목이 나눠 갖는 몫이 4.35%입니다.
곡선의 모양을 보시면 좋겠습니다. 1종목에서 5종목까지 34.72%포인트가 오르는데, 50종목에서 100종목까지 50개를 더 넣어도 6.36%포인트밖에 오르지 않습니다. 꼬리가 아주 길고 아주 얇습니다.
이 모양을 다르게 표현하면 이렇습니다. 287개 종목이 거래대금을 고르게 나눠 가졌다면 한 종목이 0.35퍼센트씩 가져갔을 것입니다. 실제로는 1위 한 종목이 17.10퍼센트를 가져갔습니다. 평균의 49배입니다. 반대로 중앙에 해당하는 종목은 평균에도 한참 못 미칩니다. 종목 수를 세는 것과 시장의 크기를 재는 것이 왜 다른 일인지가 이 대비에 들어 있습니다.
평균이라는 말이 여기서는 거의 쓸모가 없다는 점도 적어 둘 만합니다. 287개의 평균 거래대금은 약 64억원인데, 실제로 64억원 언저리에 있는 종목은 손에 꼽습니다. 대부분은 그보다 훨씬 아래에 있고 몇 개만 훨씬 위에 있습니다.
중앙값을 같이 놓으면 더 분명해집니다. 287개를 금액 순으로 세워 한가운데를 집으면 6.42억원입니다. 평균의 10분의 1입니다. 평균이 중앙값의 열 배로 벌어지는 분포에서는 평균을 대표값으로 쓰는 순간 시장을 실제보다 열 배쯤 두껍게 보게 됩니다. 평균이 아니라 누적 곡선과 중앙값을 함께 보셔야 하는 분포입니다.
상위 열두 종목
| 순위 | 종목 | 비중 | 24시간 거래대금 | 24시간 변동률 |
|---|---|---|---|---|
| 1 | XRP | 17.10% | 3,130억원 | +0.45% |
| 2 | USDT | 10.51% | 1,925억원 | −0.14% |
| 3 | TRUMP | 8.44% | 1,546억원 | +13.12% |
| 4 | BTC | 7.94% | 1,454억원 | +0.79% |
| 5 | ETH | 7.83% | 1,433억원 | +0.46% |
| 6 | SOL | 4.26% | 781억원 | −0.13% |
| 7 | ONG | 4.15% | 759억원 | 0.00% |
| 8 | PROM | 3.91% | 716억원 | −1.12% |
| 9 | ENA | 2.50% | 458억원 | +9.36% |
| 10 | BEAM | 1.91% | 349억원 | −3.60% |
| 11 | MLK | 1.85% | 338억원 | −5.54% |
| 12 | META2 | 1.30% | 237억원 | −3.22% |
이 표에서 눈에 띄는 자리가 셋 있습니다.
첫째, 비트코인이 4위입니다. 리플의 절반이 채 되지 않습니다. 국내 원화마켓의 거래 구성이 세계 시장의 시가총액 순서와 같지 않다는 사실이 이 한 줄에 그대로 나옵니다.
둘째, 2위가 테더입니다. 스테이블코인이므로 가격 변동으로 거래가 일어나는 종목이 아닙니다. 다른 거래소나 지갑으로 자금을 옮기는 통로로 쓰이는 몫이 이 자리에 들어와 있다고 읽는 편이 자연스럽습니다.
셋째, 3위와 9위의 변동률이 두 자릿수입니다. 그날 가격이 크게 움직인 종목에 거래가 몰렸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이 순위는 구조가 아니라 그날의 사진입니다.

반대쪽 끝을 봅니다
집중도를 보면 꼭 그 반대편을 함께 봐야 합니다.
| 구간 | 종목 수 | 287개 중 비율 |
|---|---|---|
| 24시간 거래대금 10억원 미만 | 178개 | 62.0% |
| 24시간 거래대금 1억원 미만 | 16개 | 5.6% |
가장 적은 쪽 열 종목의 거래대금은 이렇습니다. 0.85억원, 0.83억원, 0.81억원, 0.76억원, 0.60억원, 0.59억원, 0.15억원, 0.03억원, 0.03억원, 0.02억원입니다. 가장 적은 종목은 24시간 동안 약 236만원어치가 오갔습니다. 같은 시장의 1위 종목이 3,130억원이니, 두 종목 사이가 13만 배 벌어져 있습니다.
여기서 판단을 하나 유보해 두겠습니다. 거래대금이 적다는 것과 그 종목이 나쁘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하위권에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여러 종이 섞여 있는데, 이런 종목은 가격이 고정되어 있어 애초에 매매 수요가 적습니다. 거래대금이 낮은 것이 그 종목의 설계와 맞는 경우입니다.
다만 관측되는 사실은 남습니다. 하루 거래대금이 1억원 수준인 종목에서는 한 건의 주문이 호가창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집니다. 같은 금액을 사고팔아도 체결 가격이 더 크게 밀릴 여지가 있다는 뜻입니다. 이건 좋고 나쁨이 아니라 산술입니다.
이 숫자를 읽을 때 조심할 자리
- 24시간 누적값입니다. 조회한 순간을 끝점으로 하는 직전 24시간이고, 자정 기준이 아닙니다.
- 원화마켓만입니다. 같은 거래소의 BTC마켓과 USDT마켓은 포함하지 않았습니다.
- 한 거래소입니다. 국내 다른 거래소나 해외 거래소의 거래대금은 이 표에 없습니다.
- 거래대금은 방향을 말하지 않습니다. 많이 거래됐다는 것은 산 사람과 판 사람이 그만큼 많았다는 뜻일 뿐입니다.
- 순위는 하루 만에 바뀝니다. 위 표의 3위와 9위가 그 증거입니다.
거래소마다 종목 구성이 어떻게 다른지는 업비트 284종과 빗썸 476종의 겹침에 따로 세어 두었습니다. 호가창 자체의 구조를 다룬 노트는 업비트 호가 단위와 남아 있는 옛 가격에 있습니다.

확인하지 못한 것
정직하게 적어 둡니다.
- 호가창 깊이를 재지 않았습니다. 거래대금이 적은 종목에서 실제로 얼마나 밀리는지는 호가를 따로 받아야 알 수 있습니다. 이 글은 그 계산을 하지 않았습니다.
- 거래 건수를 세지 않았습니다. 금액만 받았습니다. 큰 주문 몇 건인지 작은 주문 여럿인지는 구분할 수 없습니다.
- 매수와 매도를 나누지 않았습니다. 누적 거래대금은 양쪽을 합친 값입니다.
- 다른 마켓과 다른 거래소를 보지 않았습니다. 원화마켓 한 곳입니다.
- 시간에 따른 변화를 보지 않았습니다. 한 시점의 사진이고, 어제나 지난주와 비교하지 않았습니다.
- 하위 종목의 성격을 개별로 확인하지 않았습니다. 스테이블코인이 섞여 있다는 사실만 확인했고, 종목별로 왜 거래가 적은지는 따지지 않았습니다.
한 가지 더 적어 둡니다. 이 집중도는 한국 원화마켓만의 특징이라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다른 시장을 같은 방식으로 재 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확인된 것은 이 시장이 이런 모양이라는 사실까지입니다.
정리
업비트 원화마켓에는 287개 종목이 있습니다. 그런데 24시간 거래대금 1조 8,309억원의 51.82%가 상위 5종목에서 나왔습니다.
그리고 같은 시장에서 178개 종목은 10억원에 미치지 못했고, 16개는 1억원에도 닿지 못했습니다.
목록이 길다는 것과 시장이 넓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화면에서 스크롤을 내릴 때, 아래로 갈수록 숫자가 어떤 속도로 작아지는지를 한 번 보시면 그 차이가 눈에 들어옵니다.
이 노트가 제안하는 것은 판단이 아니라 습관 하나입니다. 종목 이름을 보기 전에 그 종목의 24시간 거래대금을 먼저 보는 것입니다. 같은 화면에 나란히 놓여 있어도, 앞의 다섯 종목과 뒤의 백여든 종목은 서로 다른 시장에 가깝습니다.